‘태움’으로 목숨을 태우다

[배재탁의 묻는다 칼럼] ‘태움’으로 목숨을 태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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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권신문=배재탁] ‘태움’은 ‘영혼이 재가 되도록 태운다’는 뜻에서 나온 말로, 선배 간호사가 신임 간호사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괴롭힘 등으로 길들이는 규율 문화를 지칭하는 용어다.(네이버 시사상식사전) 소위 간호사들 간의 ‘왕따’ + ‘군기’ + ‘심리적 괴롭힘’과 비슷한 뜻이다.

2월 15일, 서울아산병원에서 일하던 故 박선욱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사건을 계기로 언론 등에서 간호사들 사회에서 벌어지는 ‘태움’ 문화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했다. 신참 간호사가 들어오면 선배들이 친절하게 가르쳐 줄 생각은 하지 않고, ‘군기’를 잡기 위해 고의로 핀잔과 면박, 욕설 심지어 신체적 폭력까지 행해졌다고 한다. 인격 살인인 동시에 목숨을 태우는 행위다.

이런 일이 비단 서울아산병원에서만 있던 일이 아니라는 증언들이 잇달았다. 학교나 일부 회사에서만 있는 줄 알았던 일이, 간호사들 간에 빈번히 있었다는 사실에 사람들이 경악했다. 간호사를 꿈꾸는 학생들이나 그 가족들에겐 정말 충격적인 일일 것이다.

간호사가 어떤 존재인가? ‘백의의 천사’ 아닌가? 병들고 아픈 사람들을 돕고 간호해 주는 천사같은 존재 아닌가? 나이팅게일의 후배들 아닌가?

그런데 그런 간호사들이 ‘태움’이란 짓거리를 한다. 업무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신입 간호사들에게 푸는 것이다. 서로 아끼고 의지해도 모자란 상황에서, 가장 나쁜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군부독재시절도 아니고, 요즘이 어떤 시대인데 ‘군기’를 잡나? 대형병원 간호사면 거의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재원들일 텐데, 알 만한 사람들이 이런다니 정말 안타깝고 화가 난다. (생각해보니 군대에선 ‘군기’ 는 잡지만 고참들이 가르쳐 주긴 하므로, 간호사식 ‘태움’은 없다)

‘태움’ 문제는 간호사들이 스스로 풀 수밖에 없다.

필자가 군대에 입대했을 때만해도 구타 문화가 있었다. 필자가 신병 때 고참들 얘기로는, 자기들 들어왔을 때에는 구타가 훨씬 심했다고 했다. 필자가 제대할 때에는 구타 문화가 거의 사라졌다. 즉 ‘내가 당했으니 너도 당해 봐라’는 생각을 버리는 세대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지금 고참 또는 중고참급 간호사들이 그렇게 해야 한다. ‘나는 신입 때 심하게 당했지만, 우리 대(代)에서 ‘태움’을 단절하겠다‘고 결심하고 실행해야 한다. 그래야 ‘태움’을 없앨 수 있다.

만약 ‘태움’이 계속된다면 간호사는 더 이상 ‘백의의 천사’가 아니라, 상대방의 영혼을 태우는 ‘가운 입은 가해자’일 뿐이다.

편집국장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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